저는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약 4년 전에 회사 업무 때문에 한창 스트레스를 받을 때였습니다.

평소에 즐겨먹던 샤브샤브를 먹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쉬는데 갑자기 팔꿈치부터 뜨거운 열감과 피부 팽진이 느껴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그냥 대충 바디로션만 듬뿍 발랐습니다.

그러다가 자려고 누웠는데 팔, , 다리, 얼굴 할 것 없이 정말 미친듯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불을 켜고 거울을 보니 다 부풀어 오르고 너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다음날 병원을 가겠다고 일단 찬물로 다시 샤워를 하고 누웠는데, 갑자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일단 급하게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한창 추운 겨울 새벽이라 콜택시도 잘 없어서 119를 불러야 할 정도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운 좋게 택시를 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혼자 응급실로 간 경험은 처음이라 무서웠습니다.

제 증상을 본 의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기다리라고 했고, 저는 더욱 두려움에 떨며 링겔을 맞았습니다.

그때 의사가 말하길 원인은 제가 음식을 잘못 먹어서 급성 두드러기가 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사를 맞고 약 꼬박꼬박 잘 먹으면 금방 가라앉을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맞으라는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집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약 두 세시간 정도 있으니 두드러기는 귀신같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역시 큰 병원은 다르구나 라는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두드러기에 대한 생각은 싹 잊고 저는 다니던 회사에서 이직을 하고 그때보다는 평화로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야구경기를 보고 과식과 과음을 한 다음 날 다시 그 때처럼 피부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또 급하게 찬물샤워를 하고 동네에 있는 병원을 갔습니다. 의사는 음식 먹은 것을 물어보더니 웃으며 원인은 과식과 과음 때문이라고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면 금방 가라앉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때까지는 저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약을 며칠 내내 아무리 먹어도 증상은 더 심해지기만 하고 도저히 차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의원, 한방병원, 또 다른 피부과 등 여러 병원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얼굴, 입술까지 가렵고 피부 팽진이 악화됐습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회사 연차를 내고 서울대학교 피부과를 갔습니다.

진료를 받을 때 피부를 보여주니 의사도 깜짝 놀라며 이걸 어떻게 참았냐고, 많이 힘드셨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괜히 서러워져서 눈물이 나올 뻔 한 것을 억지로 참았던 기억이 납니다.

원인을 물어보니 원인을 알 수 없는 다형홍반이라고 해서 참 허탈하고 좌절했습니다.

원인을 알면 근본 치료가 가능할텐데 원인을 모르니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일단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2주치 처방약을 받았습니다.

첫 두드러기 때와 마찬가지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니 두드러기는 곧 가라앉았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오면서 음식 때문이 아닌 것을 알고 엄청 맵고 기름진 치킨을 흡입했습니다.

음식 때문에 두드러기가 난줄 알고 한동안 밀가루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먹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약을 2주 정도 꼬박꼬박 먹고 다시 서울대학교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저는 깨끗해진 제 피부를 보며 나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스테로이드를 그렇게 먹었는데 가라앉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며, 앞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동안은 사우나, , 담배 등은 몸에 열을 낼 수 있는 것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드러기가 다 가라앉지는 않고 하나 둘씩 다시 산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방 받은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또 괜찮아지고 그런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 날부터 안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제 다 나았구나 하고 안심했습니다.

그러나 약 2년 뒤,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재발하니 이젠 정말 만성이 될까 너무 무섭고 또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겨웠습니다.

그리고 약에 내성이 생겨서 나에게 맞는 약이 없을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또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며 나아갔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 마다 거울로 온 몸을 보며 오늘은 어디에 났나 하고 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자다가 하도 긁어서 상처까지 난 제 다리를 보면서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 이거 평생 관리해야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두드러기는 면역력 문제라는데 어렸을 때부터 면역력이 약했던 터라 건강하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두드러기 정보란 정보는 다 찾아보고 이것 저것 해보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 있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일단 두드러기는 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것이 누군가가 말하길 두드러기가 평생 안 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난 사람은 없다.” 라는 말 때문입니다.

저는 진짜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좌절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건강관리 잘하라고 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말을 늘 명심하고 앞으로도 잘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두드러기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두드러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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